무라카미 하루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책2019. 11. 21. 00:18정상체중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체형에 대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中 ‘체형에 대해’를 읽고 나서 나는 체중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요즘 ‘미용 체중’이라는 하나의 기준선이 생겨나면서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체중에 대하여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생활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고 건강한 정상 체중임에도 불구하고 옷을 입기 위해서 사람들은 살을 빼게 되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의 옷들은 대부분 마른 체형의 사람들이 입을 수 있는 사이즈로 고정돼서 나온다. 그래서 나같이 통통한 정상체중은 다리를 바지에 넣는 순간, 보기 싫은 살들이 삐죽삐죽 튀어나와서 나에게 다이어트 경보음을 발산시키게 만든다. 문득 생각해보니 내가 초등학생일 때에는 미용 체중이라는 기준선이 없었던 것 같다. 그냥 부모님이 사주신 옷을 입고 신나게 놀이터를 뛰어다니면서 흙먼지를 온 몸에 칠하고 다녔다. 그 누구도 나에게 뚱뚱하다고 지적하지는 않았다. 내가 미용 체중이라는 기준선을 신경 쓰게 된 시기는 사춘기 무렵이었다. 중학교에 입학하자 여기저기서 친구들은 자신의 다리가 얼마나 말라 보이는지 거울을 보면서 살피고 교복치마를 짧게 줄여서 다리를 길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힘들게 48kg로 만든다고 해도 유지하는데 에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들었다. 탄수화물은 물론 기름진 음식 하나라도 잘못 먹으면 정상체중으로 돌아가는데 이러한 요요를 겪으면 두 번째 다이어트는 더욱더 힘이 든다고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전철에서 재미난 상상을 했다. 어떤 온천에서 세계 슈퍼모델 워크숍 같은 것이 열리고 그 근방의 일반인 여성이 아무것도 모른 체 대형사우나에 들어갔을 때 일반인 여성은 자신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이 날씬한 슈퍼모델이었을 때 분명 악몽 같을 것이라는 재미난 상상을 말이다. 이는 곧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세상에는 여러 체형의, 여러 생김생김의, 여러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적당히 섞여 적당히 느슨하게 사는 세계가 정신건강상 가장 바람직한 것이라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말한다. 그래서 나는 굳이 미용 체중이라는 기준선에서 나를 맞추고 싶지 않다. 물론 옷가게에서 마른 체형의 사이즈로 나오는 것은 잘못됐다. 그건 좀 고쳤으면 좋겠다. 세상에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마른 체형의 사이즈 옷만 팔면 통통하고 뚱뚱한 사람들은 사고 싶어도 그 옷을 살수 없다는 게 얼마나 비참하고 슬플까? 나 같은 경우에도 그랬다. 옷가게에서 정말 마음에 드는 바지가 있었는데 사이즈가 없다는 이유를 점원에게 듣고 창피하고 짜증이 났다. 그렇게 뚱뚱하지 않는데 정상체중임에도 사이즈가 없다는 것은 그 옷가게가 문제가 있는 것일 뿐 미용체중을 갖지 않은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미용체중이라는 기준선이 확고한 사람들은 통통하고 뚱뚱한 사람들을 향해 지적 질을 한다. 저렇게 게으르고 움직이기 싫어하니까 몸이 저렇게 됐다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것이다. 남이 어떤 몸을 가졌든 자기가 무슨 상관인지 이래라 저래라 간섭 질, 평가 질을 하는 사람이 정말 별로인 것 같다. 그 사람이 무라카미 하루키가 한 재미난 상상 속의 여성이 되었으면 정말 고소할 것 같다. 그 사람은 아마 그 재미난 상상 속에서 죽도록 다이어트에만 신경 쓰다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살 것이다. 그러면 자신의 무례한 평가 질이 통통하고 뚱뚱한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주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니까. 그리고 세상에 다양한 체중을 가진 사람들이 없다면 그게 무슨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각자 유전자가 다르기 때문에 마네킹처럼 날씬한 몸이 나올 수 없는 것이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마네킹처럼 날씬하게 나오면 그것은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다. 모든 사람들이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다양한 체중의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고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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