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영혼의 모음>
책2019. 11. 23. 00:25내면의 진실한 목소리
법정, <영혼의 모음>
- 어린 왕자에게 보내는 편지
1.숫자놀음
어린 왕자는 어른들이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지 않고 표면적인 숫자놀음에만 집중한다는 것을 비판한다. 어린 왕자에게 본질적인 것이란 ‘동무의 목소리가 어떠한지, 동무가 무슨 장난을 좋아하는지(p.272)’와 같은 본질에 대한 순수한 궁금증이다. 하지만 어른들에게 이러한 질문들은 하등 쓸모없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표면적인 숫자놀음에 집중하여 실용성으로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숫자는 정확하게 체계적이며 오차가 존재하지 않는다. 어른들이 즐기는 평균적인 숫자놀음이란 가령 ‘물가가 뛰어오르고, 수출고가 예상보다 처지고(p.273)’와 같은 것이다. 그들은 ‘숫자가 늘어나면 으스대고, 줄어들면 마구 화를 낸다. 눈에 보이는 숫자에만 매달려 살고 있다(p.273)’는 것이다. 법정은 어린 왕자의 비판적인 시선에 공감하며 어른들을 ‘눈뜬 장님들(p.274)’이라고 비유한다. 하지만 어른들의 비뚤어진 모습을 마냥 비판할 수는 없다. ‘현실’이란 기울어진 땅이다. 기울어진 땅에서 아무리 올곧은 나무를 보아도 나무는 기울어진 땅에 뿌리내려진 나무일뿐이다. ‘동심’을 잃는 것이란 참 쉬운 일이다. ‘나’를 둘러싼 환경은 언제든지 바뀐다. 어린 왕자의 B612와 같이 영원불변하지 않는다. 동심을 잃고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한 어른을 과연 우리가 쉽게 비판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2.길들인다
법정은 어린 왕자와 여우만의 절절한 관계를 선망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길들여진 관계란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그런 소중한 존재가 되고 만다(p.274)’는 절절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그토록 절절한 관계가 오늘의 인간 세계에서는 퇴색해버렸음(p.275)’을 안타까워한다. 각자가 ‘나는 나이고 너는 너로 끊어져 우리가 될 수 없다(p.275)’는 외로움을 씁쓸해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인간관계에 대한 각박함을 느낀 ‘나’라는 개인들이 ‘우리’라는 공동체에서 벗어나는 그 근본적인 원인에 대하여 조명해야한다. 현대 사회는 말 그대로 피로 사회이다. 완전히 고갈된 상태에서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것은 소모의 연속이다. 또한 순수하게 관계를 맺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기브앤테이크’의 기본 밑바탕에서 서로를 ‘길들이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냉혹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법정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간절한 관계를 맺기를 바라지만 그것은 너무 이상적이며 ‘법정’이라는 개인의 소박한 소원일 뿐이다.
3.영혼의 모음
법정에게 《어린 왕자》는 ‘하나의 경전(p.278)’이며 ‘사람의 폭을 재는 한 개의 자(p.278)’이다. 그 만큼 《어린 왕자》는 법정에게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주었다. 누구나 인생을 좌지우지 하는 한권의 책이 있다면 법정에게 그런 책은 바로 《어린 왕자》이었다. 법정은 ‘어린 왕자의 목소리를 들으면 들을수록 새로우며 영원한 영혼의 모음(p.278)’이라고 비유했다. 영혼이란 육체에서 벗어난 가장 순수한 혼으로 ‘현실’과는 동떨어진 B612행성에서 온 순진한 어린 왕자를 비유하기에 가장 적절했다. 따라서 법정이 말하는 ‘영혼의 모음’이란 어린 왕자의 내면에서 나오는 말들이며 목소리들이다. 어린 왕자의 목소리는 법정에게 다가와 잊을 수 없는 명언이 되었다. 그렇기에 법정은 현대인의 숫자놀음과 인간관계에 대한 비판을 어린 왕자의 목소리로 대변하게 되었다. 법정은 어린 왕자의 순수한 영혼의 모음을 동경하면서도 그의 인생도 어린 왕자처럼 순수하기를 바란다. 어쩌면 법정이 어린 왕자에게 보내는 ‘영혼의 모음’은 어린 왕자처럼 고결한 영혼을 갖기를 바라는 동경에서 시작된 내면의 진실한 목소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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