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진, <지란지교를 꿈꾸며>
책2019. 11. 23. 00:29유안진, <지란지교를 꿈꾸며>
벗 사이의 사귐에 대해 수많은 한자성어 가운데 작가는 ‘지란지교’를 꿈꾼다. ‘지란지교’는 공자의 말처럼 지초와 난초같이 향기로운 사귐이라는 뜻으로, 벗 사이의 맑고도 높은 사귐을 의미한다. 향기로운 사귐이란 서로에게서 좋은 향기를 내뿜으며 기분을 불쾌하게 만들지 않는 사귐을 의미한다. 즉,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높은 사귐을 뜻한다. <지란지교를 꿈꾸며>는 그 정직한 제목처럼 가장 이상적인 친구 관계를 그린다. 어떤 관계든 원치 않아도 희생이 따르는 법이다. 공통분모가 적으면 적어질수록 대화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청자를 자청하지 않는 이상 대화는 탁구처럼 핑퐁핑퐁 이어지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이 한 가득이어도 누군가 한 사람이 말하고 싶은 욕망을 꾹 참고 들어줘야한다. 그게 가장 현실적인 친구 관계이다. 마음이 맞는 친구이어도 남은 남이다. 아무런 의심과 경계 없이 남의 험담을 해도 말은 바깥으로 넘어서고 만다. 이른바 뒷말이 도는 것이다. 부처처럼 모든 말을 속에 감싸고 받아주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작가는 끊임없이 현실에서 동 떨어진 친구 관계를 그린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까 단순히 현실에서 그런 친구를 만날 수 없기 때문에 말 그대로 작가는 지란지교를 ‘꿈꾸며’ 이상향을 그린다. 작가가 그린 이상적인 친구의 이미지는 읽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훈훈해진다. 그리고 나에게 이런 친구가 왜 없을까 한탄의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친구들에게 이런 친구가 되어준 적이 있을까 하는 반성도 들기도 했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유행처럼 스쳐지나가는 친구 말곤 ‘웨딩드레스처럼 수의를’ 같이 입을 오랜 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서로에게 나는 악취를 참아내야 관계가 유지되는 친구 말곤 서로에게 ‘맑고 높은 향기’가 나는 관계가 유지되는 친구가 없을까 서글픈 생각도 든다. 짧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 관계에 대한 회한과 소망을 품게 만드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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